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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마가이아움(Magaiawomb)
포크
㈜디지탈레코드
㈜디지탈레코드
2013.10.17
01. 마가이아옴
02. 달빛가야
03. 내이름 불러주오
04. 난초를 보며
05. 신선 불꽃난설헌
06. 마고할망
07. 바리데기
08. 자청비
09. 김만덕
10. 소리없는 거문고
11. 꽃잎비


안혜경 정규 4집 ' 마가이아움(Magaiawomb)'
내 안의 여신을 모시는 진언, 움 마가이아움


이 글은 안혜경과의 인터뷰와 노랫말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안혜경은 구비구비 섬진강을 물안개가 감싸 도는 지리산 노고단 아랫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화엄사 계곡을 낀, 동묏산 중턱의 땅을 갈아 나무집 짓고 밭을 매었습니다.
흙 두덩을 올리고 이랑을 만들어 가지, 감자, 완두콩, 오이, 고추, 피망, 호박, 부추, 쑥갓, 도라지, 딸기, 박하, 토란, 토마토, 허브들을 심어 스스로를 먹이고, 나누며 수레국화, 양귀비, 마가렛, 금녕화, 천일홍, 백일홍, 금잔화, 금계국, 송엽국, 애기 범부채, 장구채꽃, 참나리, 매발톱, 엉겅퀴, 아이리스들로 봄여름가을 없는 천상의 꽃 잔치를 벌입니다.

노동과 나눔과 아름다움이 피고 지는 이 움터가 그녀에겐 성소처럼 보입니다.

안혜경의 네 번째 음반 “마가이아움”은 그녀가 서울 생활을 털고 지리산에 정착한 후, 첫 음반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역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우리들의 언니, 우리들의 여신들을 작정하고 불러 내려 합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일곱 빛깔의 여신 찾기 여정입니다.

이번 작업이 이곳 노고단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우연만은 아닌 듯 합니다. 지리산 능선의 고봉인 노고단은 ‘노고’ 즉 우리의 창조 신화 속 큰 여신,‘마고’를 모시던 성단입니다.

노고단을 잇는 천왕봉엔 마고 성모상이 모셔져 있고 두 봉우리 사이엔 신선들의 땅이라는 마고城이 자리해있으니 그녀가 깃든 곳은 콕 집어서 마고의 자궁 자락인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왜 여신이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모튼에 따르면“여신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일부분이며.
내 존재의 신성함을 인정하고, 내게 자긍심을 주어서 우주와 사람들을 나의 여성자아를 통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여신 찾기의 여정은 바로 나를 찾아 온전히 세움에 다름 아닙니다.
먼 곳도 아닌 바로 우리 역사와 신화 안에서 닮고 싶은 롤 모델을 찾아내는 일, 더구나 그 존재를 노래로, 진언으로 소리 내어 부를 때 우리는 그들의 지혜와 생명성, 보살핌과 영성, 그리고 관능성까지 내 안으로 받아들여 내면화시킬 수 있을 것을 것입니다.

마고의 움 터에 깃들어 경작하고, 나누고, 품으니 절로 터져 나오더라는 만트라,‘마가이아움’ 부터 불러봅니다..

01. 마가이아움

‘마’는 전세계 어디서나 엄마를 부르는 소리이며, ‘마가’는‘마고’를 상징합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원래 ‘마가이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안혜경은 우주를 담아내는 소리로 알려진 진언, 옴AUM 을 대신하여 움 UM 을 사용하는데, 그녀에 따르면 옴보다는 움이 발음하기에 편안하며 생명이 싹트고 키워지고 보호되는 곳인 움집, 움터의 움이자 자궁을 의미하는 womb이기도 한 것입니다.

비라도 내리는 날, 그녀의 정원에서 이 소리를 조용히 반복해 보면 그 땅의 작물과 꽃들뿐 아니라 창가에 와서 콩알을 재촉하는 곤줄박이와 밭을 망치기 일수인 고라니와 멧돼지, 밤하늘의 별들과 하늘을 울리는 천둥과 번개,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나까지, 모두 등고선 같은 파문을 그리며 한 존재로 이어지는 듯 느껴집니다.

마가이아움이 처음으로 터지던 순간도 이러했으리라 상상해봅니다.

02. 달빛 가야

웅장한 북소리가 얼을 깨우자
가야금 선율이 오색으로 너울거리며 아름다운 존재의 입성을 예고합니다.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선몽을 따라 먼 바닷길 건너 가야 땅에 발 딛는 순간입니다.

무수한 수행행렬을 이끌고 파사석과 쌍어문 등 불교문화를 안고 와서
김수로의 왕비가 되었던 최초의 이주여성, 허황옥은 “내가 찾은 이 땅 위에 밭 일구고 씨 뿌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는데 훗날 열 왕자를 나아 두 아들에겐 어머니의 성을 주었던 최초의 엄마 성 쓰기 실천가이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곡의 중반에 고대가요인 구지가를 “거북아 거북아 목 내밀어 허황후를 맞으라”라고 바꿔 부르는 대목입니다.

구지가의 거북이 김수로를 뜻하는가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긴 하지만 이 곡에서는 내밀고 감추는 거북의 머리를 김 수로의 섹스 심볼로 상징하여 허황후의 여성성을 모시라는 심장한 의미^^의 코러스로 만든 것입니다.

연분홍 비단바지를 벗어 하늘에 바치고, 명월산 달빛을 잉태하는 허황후의 당당한 관능성이 아름답습니다.

미지의 땅을 찾아 풍랑을 헤치며 고향을 떠나온 허황옥의 여정은 영성의 땅, 마고의 땅을 찾아가는 안혜경의 여정과도 오버랩 됩니다.

떠남의 순간이 보다 애절한 것은 소서노의 노래에서입니다.

03. 내 이름 불러주오

이 곡은 말달려 오는 주몽을 뒤로하고, 돌아보지 않은 채 길 떠나는 소서노의 아픔과 결기를 노래합니다.

졸본성 무역상의 딸로 태어나 대단한 경제력으로 고구려 건국을 도왔던 그녀는 주몽의 적자인 유리가 당도하자 비류와 온조 두 아들과 함께 남하하여 백제를 건국했습니다. 하나도 아닌 두 나라 건국의 우먼 파워였던 것입니다.

함께했던 세월과 시련 영광까지 모두 뒤로하고 새로운 비전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나가는 담대한 여자.

그녀의 묵묵한 발걸음을 피아노가 동행하고 담담한 첼로가 눌러 참은 아린 마음처럼 흘러갑니다.

04. 난초를 보며

어쩌자고 자신을 눈 속의 난초라 불렀던 것일까요.
이 곡은 겨울에 둘러싸인 난초에게서 느끼는 동병상련을 그린 자전적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중국까지도 이름을 빛낸, 하늘이 낸 詩材를 지닌 그녀였지만 못난 남편과 시모의 억압이라는 가부장제 울타리에 갇혀 시름합니다.

시절의 몰이해에 유배된 채, 창 밖을 바라보며 서리에 시들어도 향기만은 세상으로 번지라는 서글픈 희망의 詩作만이 한기와 겨루는 발열의 몸짓이었을 것입니다.

봉황수레 타고, 비파에 옥피리 불며, 달빛 쏟아지는 선계를 노니는 遊仙詩를 짓는 일이 상상세계에서의 유일한 탈주였을 터이지만 이조차 음란하다 세상으로부터 비난 받았습니다.

서리바람 같은 일랙트로닉 반주가 난초를 휘감고 몽롱한 탄식이 되어 흐릅니다. 병리적인 느낌의 코러스가 출구 없는 메아리처럼 울립니다.

05. 신선 불꽃난설헌

이 곡은 가부장제가 동사시킨 난설헌을 소생시키는 불꽃 굿입니다.
검푸르게 얼어버린 난설헌을 불러내어, 몸을 녹이고, 일으켜 안아서 뜨거운 희열의 음료를 넘기게 하여 달빛 싱그러움을 되돌려주는 한바탕 댄스 푸닥거리말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들으시는 분들께 간곡히 권한다면, 두 연작 곡을 세트로 들으시며 막춤이라도 춰보시기를… 처음엔 눈 속 난초의 몸짓으로 난설헌을 아파하는 춤을, 다음엔 선계의 댄싱 난설헌을 만나 신나게 흔들어보는 막춤 군무를… 애도와 부활축제 두 곡이 끝나면 어릴 적, 아픈 배를 쓸어주던 외할머니 손길을 닮은 멜로디가 우리를 위로합니다.

06. 마고할망

이 곡은 안혜경이 96년 ‘마고 밴드’를 결성하던 무렵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시절에 이미, 만신 김경란은 여성 밴드의 이름으로 마고를 권하였던 것인데, 이는 시대를 앞선 작명이었습니다.

천부경이나 부도지 등의 경전에서 인류 태초의 큰 여신으로 언급된 마고의 존재를 여성계에서 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니까요.

마고’는 포크 풍 할망이 되어 시리고 아프고 뜨거워 분노하는 우리들에게
바다를 만들던 눈물, 땅을 만들던 두 손으로 숨을 불어넣어 줍니다.
마고 할망의 토닥임이 끝나면 노랫말 상상력이 유니끄한 ‘바리데기’가 납십니다.

07. 바리데기

모던 난타 굿 같은 라틴리듬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무조신 바리데기를 ‘서울, 지금 여기’ 요지경 속으로 소환합니다.

일곱 번 째도 또 딸이란 이유로 세상에 나자마자 버려졌지만 병든 아비를 구하기 위해 생사의 관문을 넘어 생명수를 길어온 영웅, 바리데기는 훗날, 망자를 저승길로 인도하는 무당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두꺼비, 도마뱀들 대동하고 관악산 지하 맹홀 뚜껑이라도 밀어 올리며,
21세기, 서울 땅으로 올라온 바리데기는 은하수와 교신하면서 남산 지나, 광화문에 당도합니다.

“지옥의 돌밭 지나 환생 꽃 들고 서역 천국 맑은 생명수 길어 왔지만
…서울은 감전 상태 게임에 빠져있고 이순신 동상은 하릴없이 광화문을 지키는” 풍경이라니요.

불타는 아스팔트 위를 작두로 걸으며 바리데기가 춤추는 와중, 그러거나 말거나 전광판 뉴스에 목을 꺽고 생수통을 들이키고 있는 군중들 사이에서 상상해봅니다. 대체 이 나라를 지켜온 이는 진정 누구일까?
옆에 서 계신 이순신 장군일까?
낳고, 키우고, 먹이고, 입히고, 구하고, 살리고, 대주기를 반복해온 우리 여자들일까?

작두 위를 펄펄 뛰어도 알아보는 이 없는 투명무당, 바리데기는 헌신으로 널을 뛰지만 알아주는 이 없는 이 땅 모든 투명여성들의 초상입니다.

불구하고 바리데기를 자꾸만 호명하는 뜻은 여신들의 이름을 부르고 불러내서 우리 안의 용기와 자긍으로 삼고 싶은 이 음반의 소명과 닮았습니다.
난장 굿은 이어지는 람바다 리듬으로 고조됩니다.

08. 자청비

이곡은 천둥벌거숭이 자청비가 신의 아들, 문도령을 사모하여 천상까지 찾아가 담판을 짓고 시부모의 고약한 미션까지 수행하여 씨앗 한줌 상으로 받고, 남편 대동하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농사신이 되었다는 구전가사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자청비 필살기의 시시콜콜한 내용은 들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생기 넘치는 부비부비 교합의 리듬만이 이 곡의 주제입니다.
모름지기 농사를 위해서도 음양의 교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격렬한 섹시 댄스로 에너지가 절정을 찍었다면, 이제 차분하게 가다듬고 김만덕을 부를 차례입니다.

제주 민요 이어도사나가 끝없는 파도처럼 코러스로 깔립니다.

09. 김만덕

중개상의 딸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 고아가 된 김만덕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기생에서 양인으로 신분을 바꾸고 객주를 차려 육지와의 중개무역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오랜 대기근으로 제주가 피울음 가득 할 때 곳간을 열고 재물 내어 빈사의 제주를 살려낸 여성. 곳간뿐 아니라 자신의 에고 조차 활짝 열어 제쳤기에
진정한 여신으로 거듭난 여성입니다.

제주여인은 뭍으로 갈수 없다는 부당한 출륙 금지의 금기를 깨고 여성의 몸으로 바닷길을 열고 금강산까지 날아간 여걸. 파도 모양을 닮은 삼박자 리듬이 김만덕을 기리고 나면 無想, 無碍의 경계로 간 신선, 황진이를 만나게 됩니다.

10. 소리 없는 거문고

이 곡의 본래 이름은‘줄 없는 거문고’입니다.
가끔 재미 삼아 색연필로 끄적이던 그림 속에서 거문고의 줄을 끊어 버린 것이 곡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지리산에 정착한 후 안혜경은 소리 없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동이 터오는 소리, 싹이 움트는 소리, 감자가 자라는 소리, 땅이 목마른 소리, 비올 바람을 안고 오는 구름소리, 열매가 익어가는 소리, 물기를 거둔 가을 잎이 가지에서 몸을 떼는 소리, 기력을 다한 ..가 떠날 때를 아는 소리
나를 둘러싼 것과 하나로 공명되면 들리는 소리일 것입니다.

소리가 없어도 들리는 소리가 있듯이, 악기가 없어도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곡 안에서도 거문고는 연주되지는 않습니다.
거문고를 대신한 안혜경의 ‘슬기둥 사랭동’ 하는 구음을 정민아의 가야금이 智音의 고사(거문고 소리만 들어도 그 뜻을 읽어주던 친구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는 이야기)처럼 받아 호응하며 연주하고 다시 ‘나이나이’ 하는 안혜경의 구음 피리가 나비처럼 넘나들면서 세 악기가 함께 너울거립니다.

나 너 없는 경계의 넘나듦은 곡 전체의 화두가 되어 섞이고 유동합니다.
존재의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끊임없이 변화하는 無想性이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펼쳐집니다..

이 곡은 황진이를 사모하여 죽음에 이른 청년의 관이 집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자신의 치마를 훌훌 벗어 관을 덮어 망자를 위로했다는 일화를 배경으로 합니다.

관 앞의 황진이가 잠시 시절 인연의 벗 되어 이야기 합니다.
“꽃이라 부르지 마오. 꽃을 벗어 나비 되었다오… 상사화야 상사화야 애처롭구나” 꽃이던 황진이가 나비가 되어 상사병으로 죽어 상사화가 된 청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꽃이 나비 되고, 나비가 학이 되고 학이 독수리 되고…내가 너 되고, 너는 나 되고 꿈이 삶 되고 삶이 꿈 되는 존재의 전환과 전이는 끝말잇기처럼 경계 없이 이어집니다.

11. 꽃잎비

꽃잎 한 장, 바람 따라 떨어지는 도입부로 시작되는 이 곡은 꽃잎비 사이로, 탁발승이거나 현자의 모습으로 두 팔을 흐느적이며 훠이훠이 걸어 가는 황진이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지리산 왔을 때 황진이처럼 탁발 걸승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앞마당에 해가 뜨고 지고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니 꿈같고 걸음마다 꽃들이 피고 지는 것이 화엄의 아름다운 세계임을 알았어요.
허무할 수도 있지만 벅찬…”그녀의 도튼 소리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꽃을 보면서 부질없이 왜 꽃이 필까 했었지만 부질 없어도 상관 없어요, 이 자리가 바로 극락, 환희의 자리!”

“영원이란 여기와 지금으로 이루어진 차원”라고 한 캠벨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흩날리는 꽃잎 하나하나가 영원의 순간입니다.

저는 이번 음반, 마가이아움의 진화와 성취가 참 기쁩니다.
가부장제가 아프고 서러울 때 세상과 맞장뜨기가 고단하고 지칠 때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막막할 때 매혹적이고 지혜로운 왕언니들이 색깔 별로 나타나 기댈 어깨를 내어주고, 등 두드려주고, 손잡아 줄터니 말이죠. 그 든든하고 황홀한 여정에 여러분도 함께 하시길…


제미란

흙을 불로 굽고, 천을 잘라 날개옷을 만들어 입히는
'길위의 미술관' , '나는 치명적이다' 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