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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지
온스테이지 388번째 송은지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탈레코드
2018.06.12
01. 셀프 폰 프로듀서 (온스테이지 ver.)
02. 허밍버드 (온스테이지 ver.)
03. 폭스파인더 (온스테이지 ver.)


ONSTAGE. 생명을 부르는 신비한 목소리




[온스테이지 영상(click)]


민들레 홀씨는 가벼운 몸을 가졌기에 약한 바람에도 하늘 높이 날아간다. 그리고 바람이 그치면 땅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연약한 몸으로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한다. 경이로운 자연의 힘. 가볍게 느껴지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연약하게 보이지만 절대 연약하지 않은 그런 힘. 나에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보컬 송은지의

목소리도 그랬다. 호흡의 길이도 음의 고저도 발성의 선명함도 월등하진 않지만,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독특한 음색으로 '툭'하고 마음의 입구에 가벼운 씨를 하나 뿌리면, 자유롭게 낙하하다

'쿵'하고 마음 바닥에 내려앉는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양손에 여러 빛깔의 씨앗을 들고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So Good Bye'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송은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단출한

악기와 간결한 가사로 이뤄진 곡을 이토록 의미 있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송은지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가 빚어내는 쓸쓸한 듯 아련하고 신비한 존재감 덕분에 'Good Bye'는 한층 더 의미 있는 단어로

재탄생했다.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듯한 야리야리한 소리 뒤에 감춰진 농도 깊은 전달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 마력 혹은 매력은 이번 솔로 앨범 [Songs For An Afterlife]에 더욱 진하게 담겨있는데,

정중엽이 프로듀싱을 맡은 본 앨범은 어떤 면에선 밴드 시절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뮤지션 송은지가

드러나 있다. 지금부터 그 아름다운 앨범에서 뽑은 3곡이 온스테이지 무대를 어떻게 채워나가는지 보도록 하자.


'폭스파인더'. 영롱한 하프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연극 [폭스파인더]에서 영감을 받아 김해원과 함께

만든 곡으로, 마치 환상 속으로 손을 내미는 듯한 목소리와 현악 앙상블이 어우러져 기묘한 자태를 뽐낸다.

마치 눈앞에 여우 한 마리가 진짜로 어른거리게 만드는 듯한 공감각적 표현력도 뛰어난데,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원곡과 비교해 자연스러움을 더욱 강조한 버전의 곡이기도 하다. 반면, '셀프 폰 프로듀서'는 앨범에

실린 원곡에 가장 가까운 곡이다. 한 손으로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위쪽의 공간을 채우고, 첼로 소리가

바닥을 메우며, 바이올린과 목소리가 중간을 물들여가는 느낌이 드는 곡으로 "난 아주 엎질러진 물 또는

이루어진 열망" 혹은 "넌 이미 여기 없는 시간 혹은 나라는 증거" 같은 건조한 언어가 송은지의 목소리와

만나 생명력을 얻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허밍버드'는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한 기타 아르페지오 위에서 목소리가 부드럽게 굴러가도록 편곡된

예쁜 곡이다. 그래서인지 리듬 악기가 강조된 원곡과는 달리 목소리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데,

송은지의 단아한 음색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황홀한 시간을 제공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녀는 노랠 불렀어

우리는 날아올랐지"라는 가사를 들을 때면, 모두의 머릿속에 담긴 각양각색 백 퍼센트의 그녀를 만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온스테이지에서는 다양한 사운드가 쓰인 앨범과는 사뭇 다르게

순수함에 기반을 둔 솔로 뮤지션 송은지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앨범과 비교해서 들어보길 권해본다.

왜냐하면 송은지가 뿌린 씨앗은 어느 땅에 내려앉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의 음악으로 꽃피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