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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Genius)
온스테이지 381번째 지니어스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탈레코드
2018.04.10
01. 너나 나나 (온스테이지 ver.)
02. 2226 (온스테이지 ver.)
03. Watching TV (온스테이지 ver.)


ONSTAGE. 동굴 밖으로 뛰쳐나온 천재의 음악




[온스테이지 영상(click)]


깊은 동굴, 그 어둠 속에는 벽만 바라보도록 묶여있는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흐릿한 불빛이 만들어내는 동굴

'안' 그림자가 세상의 모든 것인 양 여기고 살아간다. 등을 돌리면 '밖'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중 한 명이 홀연히 사슬을 풀고 밖으로 나간다. 그는 세상의 진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동굴로 다시

돌아와 '진리'를 설명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플라톤 동굴의 비유, 모두가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나는 오늘 소개하는 지니어스의 음악을 듣고 활동을 관찰하면서 줄곧 이 동굴의 비유를 떠올렸다.

여기서 오해는 금물! 나는 이들의 음악이 세상의 진리에 가까운 음악이라고 주장하거나, 깊은 깨달음을

담고 있다는 교훈을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동굴 속에 우리나라 밴드들을 모두 가둬놓는다면,

제일 먼저 등을 돌려 세상 밖으로 뛰쳐나올 밴드가 지니어스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밴드, 그것이 그들 스스로를 천재(Genius)라 부르는 이유다.


집시처럼 자유롭다. 그 어디에도 정해진 틀은 없다. 멤버도 다국적(김일두, Steve C, 리청목)이며,

리더인 김일두는 포크 음악을 하는 솔로와 록 음악을 하는 밴드를 훌륭하게 넘나든다. 남들은 하나씩

곡을 발표하는 세상에 반기를 들 듯 녹음해 놓은 여러 앨범을 동시에 발매하는 모험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밴드가 추구하는 장르도 펑크에 가깝지만 딱딱하게 굳어진 형태라기보다는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유연함을

갖고 있으며, 영어를 잘하는 사람만 영어 가사를 쓰냐며 지극히 간단한 가사와 한국적인 발음으로 당당하게

노래를 부른다. 공연을 해도 정해진 셋 리스트 없이 현장 분위기에 따라 내키는 대로 곡을 연주하거나

벽을 보고 노래를 하기도 하며, 멤버가 태어난 곳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해외 투어를 가기도 한다.

이렇게 자유롭기도 어렵다. 하지만 무언가에 얽매여 있지 않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이 헐렁한 것은 아니다.

연주가 시작되면 눈빛은 진지해지고 손놀림은 정확해지며 목소리는 단단해진다.


여기는 '골 때리는 창고', 부산역 맞은편에 위치한 7080 라이브 술집이다. 지니어스가 자신들의

음악 뿌리라면서 직접 선택한 장소다. 공연장이라고 부르기엔 낮은 천장과 좁은 공간을 갖고 있으며,

손때 묻은 소품들이 워낙 많아서 음향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이 강한고 지니어스의 음악을 소화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었기 때문이다.

첫 곡 '너나 나나'가 시작되면 소리와 풍경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하나가 된다.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길고도 묵직한 전주 뒤에 나오는 김일두의 목소리는 음폭은 크지 않지만 다가오는 울림은 깊다.

4줄의 짧은 가사와 특별한 기교가 필요 없는 연주가 반복되지만, 찰랑거리는 사운드로 가득한 슈게이징보다

몰입도는 더 높다. 화려함 없이도 집중하게 만드는 김일두 특유의 곡 쓰기가 맛깔스럽다.

또한 지글지글 거리는 기타 톤 위로 겹쳐지는 무표정한 얼굴이 주는 색다른 맛도 느껴보길 바란다.


'2226' 역시 2017년 앨범 [별바다]에 수록된 곡으로, 건조하게 읊는 영어 가사에 어울리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료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리청목(드럼)과 스티브 C(베이스)의 기본기 충실한 리듬 파트 연주와

김일두가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기타 멜로디는 말 그대로 '필'이 살아있다. 1집 타이틀곡 'Watching TV'는

드럼이 달려 나가면 베이스가 무게를 잡고 기타가 무한 질주하는 작품으로, 지니어스만의 개성이 듬뿍

담겨있다. 특히 영어로 노래를 부르다 "어머니 왜 저를 낳으셨어요?"라고 무심히 우리말로 읊조리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데, 그 이후 드럼을 중심으로 점점 더 격해지는 사운드는 곡이

내포하고 있는 이미지를 더욱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봐라! 곡은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고 선언하듯이.


이번 온스테이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은 단연코 'They Were Good'이다. 무대가 아닌 부산 영도대교 근처

포장마차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음주(?) 라이브다. 마치 지니어스의 일상이 담긴 듯한 이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술을 먹지 않아도 함께 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연출이 가미되지 않은 현장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드러머는 하품을 하기도 하고, 포장마차 주인과 손님들의 목소리도 모두 살아있다. 정말 살갑고도 살가워서

음악이 더 좋아지는 현장이다. (포장마차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 취객은 같은 부산 출신 밴드 세이수미의

최수미(보컬, 기타)와 하재영(베이스)이다.) 이렇듯 본인들의 음악을 '취권'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지니어스에게 장소와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동굴 밖으로 제일 먼저 뛰쳐나와 발견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완전한 자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스티브가 어떤 인터뷰에서 했던 말로 이번 온스테이지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We are not punk. Just Drunk." : "우리는 펑크가 아니다. 그저 취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