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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수미
온스테이지 379번째 세이수미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탈레코드
2018.03.20
01. Good For Some Reason (온스테이지 ver.)
02. My Problem (온스테이지 ver.)
03. 아무말도 하지 말자 (온스테이지 ver.)


바다와 맥주가 준 선물




[온스테이지 영상(click)]


첫인상의 중요성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순간이 남기고 간 색깔, 향기, 온도는

때로는 대상의 모든 것이 되어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그 인연의 모든 인상을 좌우한다.

홍대 어딘가의 어두컴컴한 무대에서 처음 만난 세이수미는 '내가 취해서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는 중이었다.

'Sorry that I'm drunk'라는 곡이었다. 멤버들 앞에 각 한 캔씩 놓인 500ml 맥주가 노래와 무대에 진정성을 더했다.

노랫말은 전부 영어였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들이어서 쉽게 쉽게 들렸다.

다닐수록 멍청해지는 멍청한 회사를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기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취한 어젯밤 들었던 어쩐지 불편한 감정.

이 모두가 가슴 어딘가 뭉클해질 정도로 친숙하고 익숙한 징글쟁글 사운드에 실려 다음 곡, 또 다음 곡으로 이어졌다.

취하지 않았지만 취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기분이 결코 싫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러웠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괜스런 믿음이 든다.

2012년 첫 만남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분명 매일 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술을 마시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싸움을 하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연주할 거라는 그런 믿음 말이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부산의 이런저런 공간에서 오며 가며 마주친 인연들이 만나 결성한 밴드답게,

세이수미를 둘러싼 모든 것은 데뷔에서 지금까지 늘 한결같다.

'바다 가까이에 연습실이 있다'는 걸 부산 출신 밴드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 말하는 이들의 담백한 엉뚱함은

앨범 가운데 어떤 곡을 들어도 느껴지는 느긋함과 유연하게 연결된다.

바다, 맥주, 우리가 사랑한 90년대 인디 록 넘버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한 덩어리로 남은 그런 밤.

흥을 즐기는 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그날의 기억들이 리듬과 음표가 되어 반짝반짝 쏟아져 내린다.

그렇게 즐겁고 흥겹게 넘실대기만 할 것 같은 이들에게 2016년은 여러모로 큰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

그 해 겨울, 밴드의 정신적 구심점이자 드럼을 담당하고 있던 멤버 강세민이 불의의 사고로 반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밴드는 표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세이수미를 밴드로서 다시 다잡아준 것 역시 강세민이었다.

세민의 쾌유를 빌며 동료 밴드들과 함께 그를 위한 공연을 기획했고, 일러스트 북도 발매했다.

새로 쓴 곡들 역시 그를 생각하며 쓴 곡들이 많았다. 남은 멤버들이 보여준 강인함에 하늘도 대답한 것일까,

전에 없던 희소식들이 해외를 중심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2017년 영국의 댐나블리(Damnably) 레이블과 정식 계약을 맺었고, 레이블의 제안에 따라 5월 영국 5개 도시를 투어했다.

SWSX(미국), The Great Escape(영국) 등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새로운 밴드를 발굴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BBC 라디오가 꾸준한 관심을 나타냈고,

오는 4월 13일 월드 와이드로 발매될 두 번째 앨범의 선공개 곡 'Old Town'은

피치포크 매거진과 Beats 1 Radio를 진행하고 있는 엘튼 존(Elton John)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온통 반가운 소식들뿐이었다.

지난해 새로 영입한 드러머 김창원과 호흡을 맞춰 완성한 첫 곡 'Good For Some Reason'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몇 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세이수미다움에 괜스레 웃음이 나는 곡이다.

습관적으로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버리고 앞으로 좋아질 날을 기대하자는 노랫말이

밴드로서의 제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세이수미의 지금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이어지는 'My Problem'과 '아무말도 하지 말자'는 공연장에서도 자주 연주하는 세이수미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밴드 이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론트우먼 최수미의 멋진 존재감과

기타 김병규를 중심으로 단단히 만들어진 밴드의 음악적 세계관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요란스런 장식 없이 자신들의 음악에 맞춰 덩실거리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맞춰 살짝살짝 상체를 흔들어 본다.

그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세이수미는 그런 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