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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설빈
온스테이지 376번째 여유와 설빈
포크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탈레코드
2018.02.13
01. 상자 (온스테이지 ver.)
02. 생각은 자유 (온스테이지 ver.)
03. 모두 잠든 새벽 (온스테이지 ver.)


ONSTAGE. 진심을 빼곡하게 담아낸 포크 듀오




[온스테이지 영상(click)]


어떤 사람이 있다.

처음 본 순간, 그 느낌만으로 알 수 있는 괜찮은 사람. 여유와 설빈도 그런 음악을 한다. 처음 들어도 안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들은 음악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괴로워하면 옆에 와서 어깨를 툭 치며

그냥 씩 웃어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혼자만의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어보면, 내 얘기를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뜻 들으면 옛 가요 같지만 유심히 듣다 보면 현재 우리의 감성과 잘 맞닿아 있고, 단순해 보이는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마음은 슬며시 묘하게 출렁인다. 진심을 담아 노래하기 때문이다.

음악에 음을 가득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워두고, 그 비워진 공간에 진심을 빼곡하게 담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여유와 설빈이다.


최근 우리나라 포크는 어떤 위태로운 경계에 서있는 느낌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추락할 것만 같은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는 뮤지션이 많았다.

평화롭게 노래하지만 연주는 묘하게 날이 서있거나 혹은 그 반대거나, 장르적으로는

포크와 일렉트로닉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잃어서 이도 저도 아닌 음악이 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일종의 강박관념, 그러니까 내용물보다 그 겉을 감싸는 틀에 더 집착하다 나온 결과물처럼 보인다.

발전을 위한 실험이 아닌 그저 실험을 위한 실험에 그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다행히 몇몇 포크 뮤지션은 아주 뛰어난 작품을 내놓았다. 공통점이 있다. 포크의 순수성을 살렸다는 것.

강박관념을 뛰어넘어 곡 자체의 힘과 이야기에 집중한 결과다.

이번 온스테이지의 주인공 여유와 설빈이 2017년에 발표한 앨범 [모든, 어울린 삶에 대하여]도 그중 하나다.


솔직하게 말한다. 여유와 설빈의 음악은 단순하다.

괜한 멋을 부리지 않고, 구성을 비틀지 않으며, 가사도 어렵게 돌려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손대지 않은

자연의 상태처럼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보여준다. 노래와 연주 방법도 마찬가지다.

둘에겐 기필코 꼭 하나의 화음이 되어야겠다는 인위적인 코드가 보이질 않는다. 인공미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만났다가 떨어지고, 기타 역시 기교보다는 강약을 조절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곡을 이끌어간다.

있는 힘을 다해 호흡하며 헤엄치는 자유형보다는 느슨하고 여유 있는 평형에 가까운 음악이다.

그런데 이런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파도에 몸을 실은 듯 자연스럽게 천천히, 포크의 미덕을 듬뿍 담아서.


아늑한 방. 첫 곡 '상자'가 연주된다. 카메라는 관조적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모든 소리들은 이펙트가 섞이지 않은 날것에 가깝다. 단순하지만 단단한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짙은 색깔을 지닌 여유의 목소리와 가녀리지만 명료하게 전달되는 설빈의 목소리가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간혹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와 리사 헤니건(Lisa Hannigan)의 조합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타 한 대 뿐이지만, 그 어떤 밴드의 두터운 사운드도 부럽지 않은 존재감이 있다.

이어지는 '생각은 자유'는 기타와 하모니카를 바탕으로 한 정통 포크 곡으로,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과 무척 잘 어울린다. 존 레논, 밥 딜런, 한대수, 김민기가 언급되는 가사는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대변해주는데, 문득 이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 가볍게 술 한잔하며

조곤조곤 대화하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내면이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가 되어줄 것만 같은 음악 말이다.


마지막 곡 '모두 잠든 새벽'은 설빈의 피아노와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여유의 목소리가 섬세하게 담긴 작품이다.

또한 효과를 전혀 섞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도 참 반갑다. 이렇게 이 곡은 잠에서 깨어

'불빛과 별빛과 햇빛'이 교차되는 새벽녘의 아득한 느낌을 함께 사색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 여운은 짙고도 아득하게 마음속에 남는다. 좋은 음악이 가진 힘이다. 이들이 뱉은 말은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다가갈 것만 같고, 이들의 음악은 거짓으로 점철된 것들에게서 가면을 벗겨줄 것만 같다.

몇 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여유와 설빈의 음악이 그 어떤 음악보다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순정 포크 그 자체. 만약 당신이 이 세상에 질릴 때가 생긴다면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치유해보길 바란다.

휘잉. 당신 옆으로 상쾌한 바닷바람이 스쳐 지나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