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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온스테이지 351번째 도마
포크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탈레코드
2017.08.16
01. 소녀와 화분 (온스테이지 ver.)
02. 초록빛 바다 (온스테이지 ver.)
03.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온스테이지 ver.)


ONSTAGE. 농염하고 짙은 잎사귀



[온스테이지 영상(click)]


여기 한 사람의 싱어송라이터와 네 명의 뮤지션이 있다. 그들이 함께 부른 세 곡의 노래가 있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 일렉트릭 기타 소리, 베이스 기타 소리, 노랫소리, 퍼커션 소리, 클라리넷 소리가 있다.

그 소리가 어울려 만들어진 사운드가 있다. 사운드로 완성한 이야기가 있다. 그뿐 아니다. 여기에는 2017년의 여름이 있다.

2017년 여름의 햇살과 바람과 그늘이 있다. 환하게 밝아 눈부신 햇살이 있고, 그 햇살이 천천히 스러지는 시간이 있고,

그림자처럼 길어지는 오후가 있다. 도무지 숨겨지지 않는 젊음도 있다. 젊음의 해맑은 미소와 패션과 어울림이 있다.

반바지와 트레이닝 복을 대충 걸쳐도 자연스러운 젊음. 그들에게는 각자 내야 할 소리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능숙함이 있다.

그 가운데 흐르는 유머가 있고, 말없이 통하는 팀워크가 있다. 도시의 흔한 옥상도 있고, 소박하게 꾸민 풀장도 있다.

세 곡의 영상에 담긴 더 많은 시간과 이야기와 기호들.

그러나 이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다시 돌이키지 못함으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과거로 고정되고 영원한 추억이 된다.

가벼운 복장과 버스 안과 옥상의 풀장을 오가는 미장센의 변화는 도마의 노래에 여름,

2017년 여름을 드리워 노래에 또 다른 이야기를 겹쳐준다. '소녀와 화분'은

버스를 타고 상쾌하게 달려가는 피크닉의 BGM으로 바뀌고,

'초록빛 바다'는 도시 한복판에서 꿈꾸는 바다 배경의 사랑 이야기가 된다.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는 문득 고요해진 오후 도시의 적막을 펼쳐놓는다.

이 영상을 보는 이들은 분명 제각각의 여름과 젊음과 여행과 사랑의 사연들을 포개며 보게 되리라.

노래는 이렇게 더 많은 시간이 되고, 더 많은 이야기가 된다. 그 곁에서 새침하게 담담하게 흐르는 도마의 노래.

한국에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이 뿌리내린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도시화되고 미국화된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포크 음악은 청년세대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저항음악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갈수록 BPM이 빨라지고 음악 시장의 주도권이 10대로 옮겨지면서부터

포크 음악은 음악의 전통성과 세대성을 지키는 음악으로 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포크 싱어송라이터들은 굳건하게 자라난 포크의 나무에 다시 싱싱한 오늘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한국의 인디 음악, 그 아름등걸에 곧고 푸른 가지 몇은 포크의 것이다. 특히 기획되는 음악,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린 음악이 늘어가면서 포크 음악은 창작자의 고뇌를 대변하고 순수를 지켜가는 음악으로 특별해졌다.

아울러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평등 의식이 보편화되면서 어쿠스틱 기타를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는

이제 성별을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많아졌다.

한국 인디 신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가며 오늘도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이들 곁에는 계속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노래들이 더해지고 있다. 그중 유독 농염하고 짙은 잎사귀가 바로 도마이다.

20대,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태그를 달 수 있을 도마 역시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른다.

도마가 특별히 다른 메시지나 사운드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그녀의 노래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자장을 벗어나지 않고, 그녀 역시 자신의 목소리로 음악을 주도한다.

그런데 도마는 앳되어 보이는 인상처럼 해사하고 해맑은 젊음을 뿜어내기보다는

차분하고 몽롱하고 신산한 목소리의 공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한다.

어느 장르보다 보컬의 질감이 사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포크 음악에서

이 같은 도마의 보컬은 안으로 침잠하고 은밀하게 고백하는 듯한 인상을 강화하면서 도마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리고 컨트리와 블루스의 색채를 가미한 편곡은

도마의 보컬이 담지한 개인적이고 정처 없으며 끈끈하면서도 허허로운 질감을 배가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마의 노래는 은근한 사이키델릭과 평화로움에 이르며

도마가 자신의 노래 속에 만들어낸 섬으로 인도한다. 그렇다. 그녀의 노래는 그 자체가 이미 여행이다.

노래를 따라 설레고 들떴던 공기는 눅진해졌다가 어느새 고요해진다.

도마는 그저 노래하며 기타를 튕겼고 동료들이 슬쩍 거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무언가 달라졌고, 마음도 다른 빛으로 바뀌었다.

예술가는 이렇게 공기를 바꾸는 사람, 마음을 바꾸는 사람이다.

아니, 자신이 만든 공기와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고 그 안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다.

음악에 의해 끌어당겨지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그 멜로디와 리듬과 음색이 닮은 기억, 닮은 시간을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없었던 시간과 추억마저 금세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소리로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주술.

그중 가장 소박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주술이 도마에 의해 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