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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Pia)
온스테이지 330번째 피아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탈레코드
2017.03.21
01. 소용돌이 (온스테이지 ver.)
02. STORM IS COMING (온스테이지 ver.)
03. 자오선 (온스테이지 ver.)


ONSTAGE. 꺼지지 않는 불꽃




[온스테이지 영상(click)]


15년. 긴 시간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청소년으로 성장할 만큼의 시간이고,

한 병의 위스키가 특유의 맛과 향기를 지니게 되는 숙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음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15년 전에 데뷔한 가수들 중에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음악도 유행에 민감하니까.

혹여 남아있더라도 새로운 창작을 하는 현재진행형 음악인이 아닌, 추억의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여럿의 개성이 뭉친 록 밴드로 살아남기는 더욱 어렵다.

재능은 기본, 끝없는 노력과 열정, 끈끈한 멤버십, 거기에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록 밴드가 15년 이상 지속적인 창작과 라이브 활동을 해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피아(彼我, PIA)'. 그들은 데뷔한 지 15년이 흘렀어도 시대에 도태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젊은 밴드보다도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 여전히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그들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융합(融合). 하이브리드(Hybrid). 록과 일렉트로닉이 결합된 피아의 음악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지금은 대부분의 밴드가 이런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데뷔 당시엔 피아의 스타일은 진보적이고 독보적이었다.

극과 극을 넘나드는 보컬, 날카로운 메탈과 풍성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결합된 피아의 음악은 순식간에 팬들의 지지를 얻었고,

서태지 컴퍼니로의 행보는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순식간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행보는 순탄하진 않았다. 때론 극찬을 받기도 했고 때론 판단착오도 있었으며,

팬들이 바라는 것과 본인들이 도전하고자 하는 것의 괴리감도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번 자신들의 사운드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리고, 새로운 조합을 맞추고, 균형점을 탐구해나갔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냈다. 말은 쉽지만, 베테랑 밴드에게는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원래의 모습만 지켜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의 새로운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만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계속 탐험을 했고,

15년이 흐른 지금 그들의 험난한 여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다.

의외다. 피아의 음악 스타일상 현란한 조명과 무대장치가 동원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영상 속 무대는 아주 깔끔하게 정제된 모노톤이다.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무채색의 공간이 순식간에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들의 실력과 관록이 조명이자 무대장치였던 것이다. 사운드도 더 선명하다.

첫 곡 '소용돌이'는 서태지 컴퍼니의 레이블 '괴수 인디진'에 소속되어 있을 때 발표한 2집 앨범 수록곡이다.

이 곡은 지금까지도 피아를 대표하는 곡으로 그동안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되어 왔는데,

이번에도 도입부부터 강력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15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인 [PIA 15years]에도 첫 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창기 버전보다 더욱 서사적이고 강렬하게 재편곡되어서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각 파트의 연주는 피아가 얼마나 긴 시간을 연습에 투자해왔는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

가까스로 강렬한 '소용돌이'를 탈출하면 이번에는 폭풍이 다가온다.

'STORM IS COMING'. 피아의 곡 중에서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가진 곡 중 하나로,

록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장 밀도 있게 결합되어 있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드러밍과 시퀀싱, 그리고 그사이를 뚫고 나오는 무거운 기타 사운드와 그루브한 베이스라인은 무척 매력적이다.

또한 긴장감을 가열차게 활성화시키는 효과적인 곡 구성 속에는, 그 어떤 젊은 밴드보다 강한 에너지가 담겨져 있다.

이제 폭풍이 흘러가고, 맑아진 하늘 위로 '자오선'을 바라본다.

이 곡은 피아의 곡 중에 가장 극적인 변화가 많은 곡으로, 사운드만큼이나 보컬의 진폭도 크다.

마치 굴곡이 많았던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오선'의 무대 위에서는 계속 하얀 빛의 선들이 흔들리고, 백그라운드 영상은 사운드에 따라 여러 색으로 변화하며,

댄서블한 사운드 속에서 서정성과 공격성을 넘나드는 요한의 다채로운 보컬이 전율감있게 다가온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생명력. 밴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무대 속 피아는 '확실히' 살아있다. 정교하게 몰아치는 라이브 속에는 초창기의 순수한 공격성은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치밀하고 아름다운 사운드가 균형 있게 담겨있다.

본인들 스스로가 만들어온 혼돈의 아수라장을 이제야 빠져나온 느낌마저 든다.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졌다.

그렇기에 온스테이지 무대에서 시원하게 포효하는 요한의 보컬과 멤버들의 강렬한 연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래서인지 가슴 속에 전해져오는 묘한 울림이 벅찬 순간도 있다.

15년.

꽤 긴 시간이었지만 그들만의 강력한 에너지는 변하지 않았고,

회색빛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구성은 본인들의 15년 공력을 탄탄하게 대변한다.

피아의 불꽃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